경제포커스

부정부패 척결의 첫걸음, '금융실명제' 시행

2024-08-12 14:00

1993년 8월 12일,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했다. 그는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실명 거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모든 금융 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부작용 우려로 금융실명제가 여러 차례 좌절되었으나, 이번에는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졌다.

 

금융실명제 도입의 배경은 1982년 발생한 장영자·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은 고위층과의 유착을 통해 대규모 사기를 저지르는 과정을 통해 한국의 지하경제 문제를 부각했다. 이에 금융실명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었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김영삼 정권하에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서, 금융기관에서의 거래는 실명 확인 후에만 가능하게 되었다. 해당 제도의 주요 목적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었다. 시행 초기 두 달 동안 실명 전환율은 97.4%에 달하며, 가명으로 되어 있던 자산이 대거 실명으로 전환되었다.

 

금융실명제의 도입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명 거래가 확산하면서 공명선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었고, 정경유착을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 기업들도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이 어려워졌고, 사회 전반에 실명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실명제의 성공은 부동산실명제로 이어졌으나, 임기 말 경제난으로 인해 일부 예외가 발생하면서 실명제 취지가 퇴색될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개혁으로 평가받고 있다.